피아노의 숲 23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74

 


어머니한테 바치는 노래
― 피아노의 숲 23
 이시키 마코토 글·그림
 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3.9.17.

 


  해 떨어지고 한참 지난 깊은 밤에 밖으로 나오면 별이 쏟아지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전깃불 너무 밝고 자동차 지나치게 많을 뿐 아니라 높은 건물 수두룩한 도시에서는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 하더라도 별을 보기 힘들는지 몰라요. 들과 숲을 밀어 지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멧자락도 들판도 바다도 못 본 채 그저 쳇바퀴처럼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어 살아갈는지 몰라요. 바다 이야기를 바다에서 누리지 못하는 채 그림책이나 영화로만 느낄는지 모르지요. 나무와 꽃 이야기를 나무와 꽃을 마주하며 누리지 못하는 채 만화책이나 사진으로만 느낄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도시에서라도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면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 시내를 벗어나지 않더라도 전깃불빛 모두 가리며 하늘 올려다보면 몇 분쯤 지나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별은 언제나 하늘에 있어요. 별은 언제나 반짝여요. 별은 밤뿐 아니라 낮에도 밝아요. 별은 한결같이 우리 둘레에서 맑으며 곱고 환한 빛살로 우리 가슴으로 스며들어요.


  느끼려 하는 사람은 느끼는 별빛입니다. 사랑하려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별빛입니다. 느끼려 하지 않는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별빛입니다. 사랑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하는 별빛입니다.


- ‘내 모든 걸 감싸는 듯횄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나의 하나뿐인 스승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뜻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겠어.’ (4∼5쪽)
- ‘그 가십잡지 기사에게까지도 감사한다. 하오, 가치 없던 저를 거둬 주셔서 고마워요. 피아노를 주셔서 고마워요! 아지노 선생님을 만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에게 애정을 갖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22∼24쪽)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곁에 있건 멀리 떨어진 채 지내건,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아이는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이가 자라 어머니하고 멀리 떨어진 데에서 일하거나 살아가더라도 마음 깊이 어머니를 그리고 사랑하지요.


  사랑은 울타리로 막지 못합니다. 사랑은 전쟁무기로 짓밟지 못합니다. 사랑은 돈으로 사고팔지 못합니다. 사랑은 글이나 책으로 적바림하지 못합니다. 사랑은 춤이나 노래 같은 예술로 나타내지 못합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맑으면서 곱고 환하게 빛나는 별이 바로 사랑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그러니까 우리 마을에서는 밤이라 하더라도 이웃 저 먼 마을에서는 낮이 되도록 해 주는 해는 언제나 사랑입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는 사랑입니다. 얼굴과 몸매를 따지지 않는 사랑입니다. 학력과 명예를 살피지 않는 사랑입니다. 돈과 재산을 쳐다보지 않는 사랑입니다.


  알 만한가요? 사랑은 오직 사랑을 바라봅니다. 사랑은 오로지 사랑이 빛나도록 하는 사랑입니다.


- ‘아아, 멜로디가, 멜로디가 끊임없이 샘솟고 있어. 작품에 깃들어 있는 혼과 일체화된 것처럼, 피아노를 치면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피아노는 지배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배로부터 해방되면 피아노는 제멋대로 노래하는 것인가?’ (42쪽)
- ‘결과는 아무래도 좋아. 이 연주는 정말 굉장해! 분명, 분명 이곳에서 들은 라이브가, 앞으로 나에게 큰 재산이 되겠지.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56∼57쪽)

 

 


  어머니는 이녁 뱃속에서 자라는 아기가 어떤 아이라도 이녁 아이인 줄 압니다. 수백 수천 수만 아이가 모인 곳에서도 어머니는 이녁 아이를 한눈에 알아봅니다. 아이는 이녁을 키우며 살찌우는 어머니가 어떤 어머니라도 이녁 어머니인 줄 압니다. 수백 수천 수만 어머니가 모인 데에서도 아니는 이녁 어머니를 곧장 알아차립니다. 왜냐하면, 둘은 서로 사랑으로 이어지고 맺기 때문입니다.

  풀은 햇빛을 알지요. 나무는 햇볕을 알아요. 나비는 바람을 알아요. 새는 빗물을 알아요. 사람은 풀을 알고 숲을 압니다. 토끼는 시냇물을 알고 바위를 압니다. 노루는 꽃을 알고 참새를 알아요.


  우리들은 아름다운 이웃을 곧 알아봅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요. 우리들은 사랑스러운 벗을 바로 알아차립니다. 누가 알리거나 선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아요.


  아침에 동이 틀 적에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요. 저녁에 해가 질 적에 어떤 느낌인지 떠올려요. 갓 벤 나락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떠올려요. 멧골짝을 흐르는 샘물과 냇물이 어떤 맛인지 떠올려요. 그러면서, 어머니 사랑과 아이 꿈이 어떠한 빛인가를 마음으로 그려요.


- ‘그래, 나도 살아 있어. 이렇게 피아노를 치고 있어.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기쁘고 행복한 것인지 지금까지는 몰랐었지만.’ (62∼63쪽)
- ‘어머니, 저에게 생명을 주셔서 고마워요!’ (73쪽)

 


  이시키 마코토 님 만화책 《피아노의 숲》(삼양출판사,2013) 스물셋째 권을 읽습니다. 스물셋째 권에 이르러 이 만화책 주인공인 ‘이찌노세 카이’가 ‘쇼팽’ 이야기를 손가락 놀려 피아노 건반 두들기면서 사람들한테 들려줍니다.


  참 아름다운 결이지요. 더할 나위 없이 고운 가락이지요.


  그저 만화뿐이라 할 수 있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느끼느냐고요? 마음으로 느끼지요. 노래는 귀 아닌 마음으로 듣거든요. 이는 만화책에 나오는 카이도 알아요. 경연대회는 순위를 매기는 자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래를 나누는 자리인걸요. 피아노를 배운 까닭은 남 앞에서 자랑하려는 뜻이 아니라, 피아노를 사이에 놓고 아름다운 사랑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거든요.


  ‘이찌노세 카이’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피아노를 칩니다. 이 아이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마음’까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피아노를 칩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늘 마음속으로 품으며 피아노를 쳐요. 삶을 즐기는 마음 한 가지로 피아노를 쳐요.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 되도록 피아노를 치고,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 되도록 피아노를 치는 동안 이 아이 이웃들도 아름다운 마음이 되는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피아노를 쳐요.


- “물론 에밀리아만이 아니야.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나의 피아노를 들려주기 위해서, 그걸 위해서 나는 여기까지 온 거니까.” (128쪽)
- “그치만 이길 필요는 없잖아.” “뭐?” “카이의 피아노는 순위 따위를 매겨도 의미가 없는걸.” “응?” “아가씨는 카이 도련님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지 오래시랍니다.” “아이 참, 그렇게 말하지 마. 그런 식으로 비유해 버리면 카이의 연주가 저급하게 취급되는 것 같아서 싫다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카이의 피아노를 들으면, 어쨌든 나는 최고로 행복한 기분이 들어! 그래서 순위 같은 건 필요없다고 생각해.” (168쪽)

 


  어머니가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 태어납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사랑을 받아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저한테 사랑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곧, 어머니와 아이는 사랑으로 맺는 사이입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어머니와 아이가 서로 만날 수 없습니다.


- ‘카이가 내 품 안에서 떠나간다. 가거라! 카이!’ (179쪽)
- ‘지휘자님, 카이를 키운 건 제가 아니라, 숲이, 숲이 카이를 자라게 도와준 겁니다.’ (198∼199쪽)


  만화책 《피아노의 숲》에서 1등이나 2등은 부질없습니다. 아마, 이 만화를 그린 분은 1등이나 2등이 누구인가를 보여줄 뜻으로 만화를 그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즐거운 삶이 무엇인가를 찾는 길을 보여주려고, 어린 넋이 스스로 아름다운 삶 찾도록 돕는 이야기로 만화를 그리는구나 싶어요. 팡은 팡대로 아름답고 카이는 카이대로 아름답지요. 다른 동무들도 다른 동무들대로 아름답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아름다운 빛이 마음속에 있어요. 우리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고 북돋우면서 아낄 벗입니다. 우리들은 서로서로 아름다운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어머니가 나를 낳은 고운 꿈’을 헤아리면서 웃고 이야기꽃 피울 푸른 숨결입니다. 4346.10.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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