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10.17.
 : 선물받은 옷 입고

 


- 인천에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 아주머님이 우리 집 큰아이한테 선물 하나 보내셨다. 뭔가 사러 시장에 가셨다가 그만 도톰하고 예쁜 겉옷이 보여서 하나 장만하셨다고 하면서 보내셨다. 큰아이는 예쁘며 따스한 겉옷을 두 벌째 선물로 받는다. 네 살 적에도 알록달록 꽃무늬 깃든 겉옷을 선물받았는데, 어느새 몸이 쑥쑥 자라 새 겉옷 선물을 받는다. 큰아이가 네 살 적에 입던 겉옷은 작은아이가 머잖아 물려받겠지. 작은아이가 입는 겉옷은 하나같이 큰아이가 입던 겉옷이다. 오늘 이렇게 선물받아 입는 큰아이 겉옷도 앞으로 이태쯤 뒤면 작은아이가 신나게 물려받으리라.

 

- 며칠 날이 선선하다. 자전거마실을 하면 아이들이 춥다 말한다. 긴옷을 입히며 타곤 했는데, 오늘은 옆지기가 ‘새 겉옷’ 입혀 보자고 한다. 그래서 큰아이한테 새 겉옷 입히고, 작은아이한테도 올들어 처음으로 도톰한 겉옷을 입힌다.

 

- 우체국에 닿기 앞서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진다. 고개를 폭 숙인 채 잠든다. 담요를 여민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이 춥다 하니 자전거를 천천히 몬다. 아이들은 춥다 하지만, 앞에서 샛자전거와 자전거수레를 함께 붙여서 끄는 아버지는 땀투성이 된다. 아이들은 도톰한 겉옷 입지만, 나는 아직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은 채 땀을 뻘뻘 흘린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화중학교일까 도화고등학교일까,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이를 본다. 동호덕마을에 사는 듯하다. 손전화 받느라 자전거를 끈다. 날이 좋으면 자전거를 몰 테고, 비가 오면 걷거나 군내버스를 탈 테지? 비가 오는 날이라 하더라도 동호덕마을과 면소재지는 아주 가까우니까 우산을 받고 천천히 걸어서 갈 테지. 빗길을 천천히 거닐면 들에서 들리는 소리가 얼마나 보드라우면서 싱그러울까. 날이 좋아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면 숲에서 흐르는 바람이 얼마나 상큼하면서 고울까. 시골 아이들이 이렇게 자전거로 학교를 오갈 수 있으면 참 어여쁜 빛 누리리라. 도시 아이들도 풀숲과 나무숲 우거진 길을 자전거나 두 다리로 오가면서 고운 빛 가슴으로 듬뿍 안을 수 있기를 빈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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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0-22 23:26   좋아요 0 | URL
옷이 참 이쁩니다.^^
고흥은 많이 춥지요?
감기조심하세요~

숲노래 2013-10-23 06:13   좋아요 0 | URL
고흥은 낮에는 덥답니다~ ^^
고맙습니다. 후애 님 계신 곳에서도 늘 따스한 햇살과 바람 흐르면서
즐겁고 고운 나날 누리시기를 빌어요~

BRINY 2013-10-23 09:07   좋아요 0 | URL
담요를 덮고 저렇게 잠이 들면 참 기분좋을 거 같아요.

숲노래 2013-10-23 21:16   좋아요 0 | URL
알맞게 흔들흔들 움직이니
더 포근하게 잠들기도 하리라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