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날아가는 소리
책을 부치려고 한창 봉투질을 하는 동안 두 아이는 마당에서 논다. 흙을 줍고 풀을 뜯으면서 논다. 째애액 하늘을 찢으며 비행기 갑자기 날아간다. 너무 큰 소리에 큰아이는 우뚝 서서 귀를 막는다. 작은아이는 “무서워!” 하면서 헐레벌떡 신도 못 벗은 채 집으로 뛰어든다. 큰아이는 동생한테 “비행기 안 무서워!” 하고 말하지만, 시골마을 위로 너무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가 하늘 찢으며 내는 소리는 세 살 어린이가 무서워하고도 남을 만하다. 아니, 저 비행기는 왜 시골마을 위를 낮게 날면서 하늘 찢는 소리를 내며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가?
비행기를 모는 사람은 비행기가 하늘 찢는 소리가 얼마나 큰 줄 모를까? 이런 소리 듣는 시골사람이 얼마나 골이 아픈 줄 모를까? 옛날이라면 하늘 찢어지는 소리에 소며 돼지며 닭이며 깜짝 놀라 뱃속 새끼가 죽었으리라. 텅 빈 벌판도 아니고, 한창 가을걷이로 바쁜 시골마을 위로 저 비행기는 왜 하늘 찢는 소리 내면서 날아가야 할까?
아이들은 비행기 지나가고 한참 지나서야 다시 논다. 마을 곁에 공항이 생겨 늘 비행기 소리를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날마다 어떻게 살아가려나. 4346.10.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