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가는 찻삯만 들고 씩씩하게
보수동 책방골목 책잔치에 간 뒤,
첫 날과 이틀째 날
이래저래 힘들었는데,
사흘째 날부터
마음을 씻어 주고 달래 주는
고마운 책벗들 만나서
밥과 술과 잠 모두
즐겁게 누렸고,
고흥집으로 돌아오는 찻삯과
월요일 아침에 책방골목 돌며
책 장만할 돈까지
아름다운 분들 손길로 얻어
더욱 홀가분하면서 기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게다가, 부산에서 감독선장 일을 하는 분이
순천 거쳐 고흥까지 차로 태워 주시면서
기차로는 여섯 시간, 버스로는 다섯 시간 걸릴 길을
고작 세 시간만에 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손길이 나한테 오는 빛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옆지기하고 아이들과 저녁을 누린다.
시골바람이 산들산들 시원하며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