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1] 마을빛

 


  전남 고흥에 살면서 부산 보수동을 자주 드나듭니다. 올 2013년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잔치 열 돌을 맞이했고, 열 돌째 책잔치 기리는 이야기책 하나를 내놓았어요. 책을 엮으려고, 또 보수동 책방골목 책지기들 만나려고, 다달이 드나들면서, 고흥 시골빛과 부산 도시내음을 돌아봅니다. 고즈넉하며 따사로운 시골빛이 고흥에 있다면, 부산과 같은 큰도시에는 하루 내내 멈추지 않는 자동차물결과 높다란 건물들이 있어요. 새소리 아닌 차소리 넘치고, 풀과 나무 아닌 시멘트와 아스팔트 가득해요. 그렇지만, 이 도시 한복판에도 하루를 밝히고 빛내면서 삶을 사랑하려는 사람들 있습니다. 바쁘고 부산스레 볼일 보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넘치지만, 어느 누구라도 하늘바람 마시면서 목숨을 이어요. 지구별을 찬찬히 흐르는 하늘바람 마시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숨결 잇지 못해요. 풀노래 아닌 빵빵거리는 소리에 귀가 멍하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큰길에서는 이토록 시끄럽지만 안골목으로 깃들면 조용하며 아늑합니다. 크고작은 집들 다닥다닥 잇닿은 도시일 텐데, 이곳에서 저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일굽니다. 우리는 스스로 꿈 하나 품으며 살림을 꾸립니다. 내 보금자리에서, 우리 마을에서, 다 함께 어깨동무하는 이 지구별에서, 사랑노래 부르며 삶을 짓습니다. 마을마다 다 다른 마을빛으로 어우러집니다. 고을마다 새삼스레 어여쁜 고을빛으로 마주합니다. 4346.10.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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