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 않은’ 글쓰기

 


  나는 아직 널리 이름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이제껏 이름을 날릴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길을 걸어왔을 뿐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으며 해야 하겠구나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올 2013년을 맞이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는 ‘책잔치 열 돌’을 맞이했다. 지난 열 돌을 돌이켜볼 뿐 아니라, 내가 처음 부산 보수동 헌책방들 찾아다니던 2000년부터 되돌아보면서 《책빛마실》이라고 하는 책을 하나 내놓았다. 이 책을 내놓은 뒤 보수동 책방골목 책지기들은 한 권씩 받았고 몇 권씩 사 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헌책방 책지기 한 분이 “왜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이 책을 내는 데에 돈을 써야 했는가?” 하고 여쭈셨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책방골목 다른 책지기 한 분이 “유명한 사람한테 맡겨서 보수동 헌책방골목을 십 년 동안 꾸준히 다니면서 글을 쓰라고 하면, 누구한테 맡기겠어요? 그렇게 다녀 줄 유명 작가가 있겠어요? 그리고 그런 분한테 이 글을 써 달라고 하려면 그분한테 돈을 얼마나 주어야 하겠어요?” 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유명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꿋꿋하고 씩씩하게 지난 2000년부터 올 2013년까지 부산 보수동을 해마다 찾아왔고, 해마다 한두 차례, 때로는 서너 차례나 대여섯 차례 드나들었다. 이렇게 찾아오고 드나들면서 언제나 글을 남겼고, 꾸준히 남긴 글을 모아 저절로 책 하나 태어난다.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여태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름을 좀 날리면서 글을 써야 할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글로 빚는 이야기인, 내 글감인, ‘우리 말’과 ‘헌책방’과 ‘시골살이’와 ‘아이키우기’와 ‘옆지기 뒷바라지’와 ‘아이 학교 안 보내기’와 ‘자전거 타기’와 ‘사진찍기 놀이’와 ‘빨래하며 명상하기’와 ‘책읽기’와 ‘풀먹기’와 ‘서재도서관 꾸리기’ 들을 골고루 누릴 뿐 아니라, 이 이야기들이 알뜰살뜰 책으로 태어나 널리 읽히도록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보수동 책방골목 책지기 모두 즐거운 땀방울과 사랑스러운 보람 실컷 누리며 웃을 수 있도록 더 바지런히 애써야겠다고 생각한다. 4346.10.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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