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먹는 책읽기

 


  몸이랑 마음이 아픈 옆지기를 만났기에 풀물을 함께 먹는다. 몸이랑 마음이 아픈 옆지기하고 낳은 아이를 돌보면서 풀물을 함께 마신다. 처음에는 도시에서 유기농 푸성귀를 사다가 풀물을 내어 먹고, 이제는 시골에서 시골풀 뜯어서 풀물을 마시기도 했고, 날풀을 먹기도 한다.


  풀을 먹으며 생각한다. 풀을 뜯어서 밥상을 차리면, 배터지게 먹는 일이 없다. 가끔 고기를 사다가 먹는다든지, 또 누가 고기를 사다 준대서 함께 먹는 자리에서는, 배가 불러도 더 수저질을 한다. 나도 다른 사람도, 고기 놓인 밥상에서는 배가 불러도 수저질을 쉬 멈추지 못한다.


  고기를 먹을 적에는 으레 몸이 늘어진다. 몸이 늘어지면서 마음 또한 늘어진다. 풀을 먹을 적에는 몸이 늘어지지 않는다. 풀을 먹는 삶에서는 몸이 가볍다. 몸이 가벼우니 마음 또한 가볍다.


  풀 먹는 시골사람으로 살며 새삼스레 생각한다. 사람 아닌 짐승들은 풀을 먹으며 몸앓이를 하지 않는다. 노루도 토끼도 다람쥐도 딱히 몸이 아플 일이 없다. 사람이 놓은 덫에 발이 걸려 다친다든지, 사람이 뿌린 농약이나 독약을 마시는 바람에 목숨을 잃지 않고서야, 짐승들이 몸이 아플 일이 없다. 숲이나 들에 돌림병이 돈다면, 모두 사람 탓이다. 사람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숲짐승이나 들짐승이 모조리 숨을 거두기도 한다. 사람이 바보스레 밥을 먹지 않고, 사람이 바보스레 숲과 들을 망가뜨리지 않으면, 사람도 튼튼하고 짐승도 튼튼하다. 사람들 스스로 엉터리로 살면 사람과 짐승 모두 슬픈 굴레에 허덕이고 만다.


  고기를 먹는대서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고기만 먹을 적에는 몸이 아프리라 느낀다. 고기를 지나치게 먹으니 몸이 다치는구나 싶다. 고기를 먹더라도 풀을 함께 먹을 노릇이요, 고기로만 배를 채우지 말고, 풀로 배를 함께 채워야지 싶다. 들에서 나는 풀과 숲에서 자라는 풀을 골고루 누리면서 마음과 몸을 다스리면, 내 보금자리와 마을이 아름답게 살고, 내 보금자리와 마을이 아름답게 살아날 적에, 이 나라도 아름답고 튼튼하게 서리라 느낀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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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0-19 11:22   좋아요 0 | URL
제목이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20 09:30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게 보아 주시니
그 좋은 마음은 늘 아름답게 돌아가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