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밥 안 먹기

 


  시골집에서 시골밥 먹으며 시골사람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바깥일을 보러 바깥으로 마실을 나와서 바깥밥을 사다 먹을 적에, 으레 속이 구지레하다. 시골살이 여러 해에 걸쳐 바깥마실을 할 적마다 이렇게 배앓이를 하다가, 이제부터 다짐을 한다. 도시로 가면 도시밥은 안 먹자고 다짐을 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바깥밥은 안 사 먹는다면 빵도 과자도 김밥도 안 사 먹겠다는 뜻이다. 무엇을 먹지? 그래, 고구마를 먹지. 날밤을 먹지. 오이를 먹지. 당근을 먹지. 감이랑 배랑 능금을 먹지. 옳구나. 먹을거리 많네.


  새벽녘 첫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온다.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 기차역 앞에서 내린다. 가게에 들러 고구마랑 오이랑 당근이랑 날밤이랑 배를 고른다. 7480원 나온다. 한 꾸러미 두둑하다. 이 꾸러미 하나로 며칠쯤 먹을 만할까. 시골집에서 받은 시골물과 이것들 먹으면 여러 날 뱃속 느긋하면서 홀가분하겠지.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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