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9] 겹문·덧문

 


  기차역에는 없지만 전철역에는 있는 문이 있습니다. 기차역에도 때때로 사람들 복닥거리지만 전철역은 언제나 사람들 복닥거리는 터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다치지 않도록 하자면서 덧대어 붙인 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스크린도어’로 썼다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안전문’으로 고쳐서 쓰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래, 잘 고치려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안전(安全)’이라는 낱말은 써도 될 만한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안전하도록 이중으로 달아 놓은 문”이기에 ‘스크린도어·안전문’이라는 이름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답니다. 그런데, 영어로 쓰는 ‘스크린도어’에는 ‘안전’을 가리킬 만한 낱말이 없어요. 그저 ‘스크린’과 같이 붙인 문이라는 뜻이에요. 흔히 “안전에 주의(主意)하셔요” 하고도 말하는데, “안 다치게 잘 살피셔요”라는 뜻입니다. 곧, “안 다치도록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전철역에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겹으로 달아 놓은 문이 있으니, ‘겹문’입니다. 전철에 문이 있는데 다른 문을 하나 더 달았으면 ‘덧문’이기도 합니다. 겹문이나 덧문을 달 적에는 “안 다치게 하려는” 뜻입니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서 영어를 덜 쓰도록 하자는 뜻은 참 좋은데, 영어만 안 쓰도록 한대서 될 일이 아니에요. 쉬우면서 한겨레 넋과 삶을 아울러 헤아릴 만한 빛까지 짚기를 빕니다.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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