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면 책이 없다

 


  고속도로가 비록 숲 사이나 멧기슭 따라 다니더라도, 자동차 모는 사람들은 아스팔트 바닥과 쇠붙이 알림판과 다른 자동차 꽁지만 눈이 벌개지도록 쳐다볼 뿐이다. 자동차를 타면 책이 없다. 손으로 종이책을 펼쳐서 보지도 못하고, 전자책을 넘겨 살피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소리로 책을 들을 수도 없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몰며 다른 데에 눈길을 두면 자칫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속도로를 싱싱 달리면서 숲길에서 숲책을 읽는다든지, 가을숲책을 읽는다든지, 봄숲책을 읽는다든지 하지 못한다. 멧기슭 따라 달린다 하더라도 이 멧기슭을 따라 풀책이나 꽃책, 하늘책이나 구름책, 햇살책이나 무지개책, 이런저런 어떠한 책도 읽지 못할 뿐 아니라, 풀벌레 노랫소리와 멧새 노래잔치 어우러지는 이야기책을 읽지 못한다.


  자동차를 멈추고, 자동차에서 내려, 두 다리로 땅을 밟아야 비로소 책이 있다. 두 다리로 땅을 밟으며 들바람 마실 때에 드디어 손에 ‘나무에서 태어난 책’을 손에 쥐면서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담는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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