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나들이 가는 사진
시골집에 두 아이를 두고 혼자 나들이를 떠나 바깥일을 보아야 하면, 언제나 아이들 모습을 몇 장 찍는다. 이른새벽 아이들이 아직 깊이 잠들었으면 자는 모습을 몇 장 찍고,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배웅할 만하면 아이들 노는 모습을 몇 장 찍는다. 고흥을 떠나 어느 도시나 다른 시골로 가서 볼일을 보아야 하면 길이 멀어 하룻밤 밖에서 묵어야 한다. 이동안 나는 내 사진기 메모리카드에 깃든 아이들 모습을 다시 보고 또 본다. 얘들아, 너희는 시골집에서 어머니하고 즐겁게 뛰노니? 맛난 밥 먹었니? 가을바람 싱그러이 마셨니? 깊은 가을에 마을 텃새인 참새와 딱새가 우리 마당에 찾아와 노래하는 소리 들었니?
나들이 떠나기 앞서 찍은 아이들 사진에 대고 조곤조곤 말을 건다.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들은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진 만큼, 활짝 웃음꽃 피우는 얼굴로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낼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하나는 먼먼 길과 길과 길과 또 길과 길과 길과 길을 잇는 사랑스러운 징검다리가 된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