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선물하는 마음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마실을 오는 동안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공책을 폅니다. 마음속에서 흐르는 여러 생각을 하나둘 적습니다. 내가 만날 고운 님들한테 싯노래 한 가락씩 적어서 선물하고 싶습니다.


  조곤조곤 삶빛을 싯노래로 적습니다. 다 적은 싯노래를 몇 차례 읊습니다. 손질하거나 고칠 데를 추스릅니다. 이제 되었구나 싶으면 깨끗한 종이를 꺼내 천천히 옮겨적습니다. 흔들리는 시외버스에서 글씨가 안 떨리도록 살몃살몃 옮겨적습니다.


  싯노래를 옮겨적은 뒤, 싯노래 적은 종이에 구김살 안 지도록 가방에 잘 여밉니다. 서울에 버스가 닿을 때를 기다립니다. 시를 선물받을 분들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반길 수 있기를 빕니다. 시골빛 먹으면서 사랑빛 씨앗으로 심고픈 꿈이 내 이웃들한테 하나둘 퍼지는 삶이란 얼마나 예쁜가 하고 되뇝니다. 이야기를 선물하면서,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나한테도 선물하는 셈입니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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