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잠들기
처음 마실 나올 적에는 어머니 등에 업힌 채 고개를 척 어머니 등판에 붙이던 작은아이가, 걸음마를 할 무렵부터 한두 걸음 걷다가 아버지 품에 안겼고, 어느덧 아장아장 걸을 수 있더니, 이제 콩콩 달릴 수 있습니다. 한 달 두 달, 하루 이틀, 천천히 흐르면서 작은아이 스스로 씩씩하게 나들이하는 길이 길어집니다. 서른 달을 넘어가는 요즈막 읍내마실을 나와서는 아버지 손까지 놓고 혼자서 누나 꽁무니를 좇으며 달리듯이 걷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에서 아주 곯아떨어집니다. 버스에 탄 지 몇 분 안 되어, 오늘 그토록 좋아라 하며 갖고 놀던 장난감 비행기마저 손에서 놓으면서, 작은아이는 달고 깊은 꿈나라로 접어듭니다. 군내버스가 구비구비 시골길 달릴 적마다 흔들흔들 움직이고, 작은아이 머리도 이리저리 흔들리기에, 나는 이 아이를 옆구리에 착 붙이고 한손으로 머리를 살며시 붙잡습니다. 이윽고 큰아이도 나란히 잠듭니다. 큰아이는 내가 작은아이 붙잡은 손에 머리를 기대로 곯아떨어집니다. 다른 한손으로 큰아이를 토닥이면서 숲길과 마을길 가로지르는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4346.10.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