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비행기

 


  작은아이가 어느 날부터 ‘비행기’에 꽂힌다. 조각을 맞추어 비행기를 만들기도 하고 기차를 만들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비행기를 좋아한다. 이에 맞추어 큰아이도 동생 따라 비행기 노래를 부른다. 너희는 어떤 비행기를 좋아하려니?


  옆지기가 부산으로 배움마당 다녀오면서 장난감 비행기를 사준다고 했으나, 그만 찾지 못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여러 날 지나는데, 오늘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 저잣거리 마실을 나온 길에, 큰아이가 ‘가게에서 파는 비행기 장난감’을 알아보고는 손가락을 쭉 뻗어 가리키며 노래한다.


  ‘그래, 비행기 장난감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며 너희 마음에 드는 빛깔을 고르렴 하고 얘기한다. 큰아이는 노란 빛, 작은아이는 파란 빛, 이렇게 두 가지 골라 1만 원. 마침 아이들이 퍽 좋아하는 ‘도라에몽 비행기’이다.


  큰아이는 노란 비행기를 갖고 놀다가 파란 비행기로 바꾸어 놀고 싶은데, 작은아이는 마냥 파란 비행기가 좋단다. 작은아이도 누나만큼 나이를 더 먹으면 장난감을 바꾸며 노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언제나 누나가 곱게 이끌어 주니, 머잖아 누나하고 장난감 바꾸면서 예쁘게 놀 수 있으리라 본다.


  생각해 보니,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시골마을에서는 숲에서 나무를 베거나 알맞춤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낫과 칼로 깎아서 장난감을 만들어 주었다. 나도 숲에서 나무를 얻어 잘 깎고 다듬어 장난감을 나누어 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우리 숲이 있어야 하고, 우리 숲에서 나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참말, 시골 살더라도 땅과 숲이 있을 때에 제대로 시골살이·숲살이·살림살이 일굴 수 있구나. 얘들아, 아직은 아버지가 가게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주고 말지만, 머잖아 숲내음 흐르는 나무를 얻어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깎고 다듬고 손질해서 튼튼하고 향긋한 장난감을 만들어 주마. 4346.10.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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