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소식지 (도서관일기 2013.10.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를 이틀에 걸쳐서 만든다. A4종이 한 장짜리로 만든다. 먼저 앞쪽에 들어갈 이야기를 손으로 쓰고는, 하루 지나 뒤쪽에 들어갈 이야기를 손으로 쓴다. 또박또박 꾹꾹 손으로 쓰는 소식지이다. 엊그제에 앞쪽을 쓸 적에 마당 평상에서 썼고, 오늘 뒤쪽을 쓰면서도 마당 평상에서 쓴다. 후박나무 바람노래 들으면서 소식지를 쓴다. 우리 집 처마 밑 제비집에 지푸라기 물어다 나르며 저희 둥지로 빌려서 쓰려 하는 딱새 두 마리를 바라보며 소식지를 쓴다.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소식지를 쓴다.


  아버지가 평상에 앉아 소식지를 쓰니, 아이들이 슬슬 다가온다. 이 아이들은 저희끼리 마당에서 개구지게 뛰놀기도 하고, 아버지 따라 마당으로 내려와서 까르르 웃으며 뛰놀기도 한다. 참으로 잘 뛰노니 즐겁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금 손에 힘을 주며 소식지를 쓴다. 빈자리에는 조그맣게 그림을 그려 넣는다. 손으로 써서 만드는 소식지인 터라, 셈틀을 켜서 글판 두들겨 만드는 소식지에는 들어가기 어려운 이야기와 모습을 담아 보려고 마음을 기울인다.


  손글씨 소식지를 다 만든 뒤 읍내로 가서 복사집을 찾아볼까 했으나, 읍내로 가는 버스때를 놓친다. 작은아이가 곯아떨어진다. 하는 수 없으니 다음에 다시 버스때를 살펴 읍내로 다녀오기로 하고, 큰아이와 둘이서 도서관에 간다. 아이들은 둘이 있을 때에 신나게 이 골마루 저 교실칸 넘나들며 잘 뛰노는데, 하나만 데리고 오면 내 꽁무니만 좇는다. 두 아이는 참말 서로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로 자라겠구나. 두 아이는 이제 하나만 떼어놓으면 이렇게 얌전하고 조용하게 있는구나.


  열 몇 해 앞서 출판사에서 일하며 어느 잡지에 글을 쓴 적 있는데, 그때 잡지사 편집부에서 보내준 안부편지가 보인다. 참 새롭네, 그때 이 잡지 편집장이 소설가 된 박민규 님이지, 어느덧 저마다 다른 길을 퍽 오래 걸어왔구나 하고 느낀다. 예전에 쓰던 내 이름쪽을 책꽂이 벽에 함께 붙여 본다. 이라크 파병 멈추라는 쪽종이도 책꽂이 벽에 함께 붙여 본다. 공해를 만드는 공장 이야기 다룬 오래된 신문기사도 책꽂이 벽에 함께 붙여 본다. 2004년에 안동 조탑마을로 찾아가 찍은 권정생 님 사진 한 장을 문에 붙인다. 2007년에 사진잔치 하며 쓰던 엽서를 옆에 나란히 붙이고, 황윤 님이 찍은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알리는 종이도 같이 붙여 본다.


  도서관 곳곳 꾸미는 여러 가지를 붙이다가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은 책이 있는 쉼터이면서, 이렇게 ‘때와 곳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 되리라. 오늘을 살아가며 어제를 되새기고, 오늘을 누리면서 모레를 헤아린다. 도서관이란 박물관과 같은 곳이라고 느낀다. 도서관은 책으로 삶을 들려주는 박물관이 되는구나 하고 느낀다. 새로 나온 책만 갖출 적에는 도서관 아닌 대여점 노릇만 하리라. 오래된 책과 오래된 이야기,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국을 찬찬히 짚고 되돌아보도록 이끄는 책쉼터가 바로 도서관이 되는구나 싶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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