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6] 꽃그릇

 


  “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을 가리켜 ‘화분(花盆)’이라 합니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집에 ‘화분’을 무척 많이 놓으셨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화분에서 자라는 꽃을 보았어요. 그런데 나는 언제나 한 가지 궁금했어요. 꽃을 심어서 가꾸는데 왜 ‘꽃’이라는 말이 없는지 알쏭달쏭했어요. 국민학교 3학년에 한문을 처음 배우며 ‘화분’이 왜 화분인 줄 비로소 깨우쳤지만, 좀처럼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어요. 그러다 고등학생 되어 국어사전을 따로 한 권 장만해서 첫 낱말부터 끝 낱말까지 두 차례쯤 읽었는데, ‘화분’ 낱말풀이를 보고는 좀 어이없다고 느꼈어요. 아니, 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이라 한다면, 말 그대로 ‘꽃그릇’인걸요. 그 뒤로 서른 해 지난 요즈음, 우리 집 여섯 살 아이가 밥상에 공책을 펼치고 접시를 보고 그리는 놀이를 하다가 “꽃그릇! 꽃그릇!” 하고 외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큰아이가 보고 그리는 접시에 꽃무늬가 있어요. 옳거니, 너는 그릇에 꽃이 새겨진 모습을 보고 ‘꽃그릇’이라 하는구나, 그래, 꽃을 심어도 꽃그릇이고 무늬나 그림으로 꽃을 새겨 넣어도 ‘꽃그릇’이네. 4346.10.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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