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4] 길
햇볕이 내리쬐고 비가 내리며 풀이 자랍니다.
풀이 우거지면 나무가 곁에서 천천히 큽니다.
푸나무 짙푸른 숲길에서 바람 실컷 마십니다.
흙길과 풀길 걷는 사람은 천천히 천천히 한껏 푸른 숨 마시면서, 그리고 자주 쉬고 오래 드러누우면서 좋은 길 누립니다. 흙길에서는 흙내음을 맡으며 흙바람 마십니다. 풀길에서는 풀내음을 맡으며 풀바람 들이켭니다. 흙길에서는 흙노래를 부르며 흙사랑을 헤아리고, 풀길에서는 풀노래를 부르며 풀사랑을 떠올립니다. 스스로 서는 길에서 스스로 사랑을 짓습니다. 4346.10.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