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눈 랑데부 1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271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
― 여름눈 랑데부 1
 카와치 하루카 글·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2012.8.27. 6500원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이 만납니다.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같기에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만 같을 뿐, 바라보는 곳은 다르다든지 느끼는 결이 다를 수 있겠지요. ‘사랑한다’는 생각은 같더라도, 어떻게 사랑한다거나 왜 사랑한다는 뜻은 다를 수 있어요.


  이렇게 다른 사랑이 만나 함께 살림을 꾸립니다. 이처럼 다른 사랑이 어우러져 새로운 삶이 이루어집니다. 마음은 같으나 눈길이나 눈높이나 눈썰미는 다른데, 마음은 같지만 생각이나 뜻이나 삶이 다른데, 참 재미나게도 다른 두 사람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차츰 가까이 다가섭니다. 또는, 차츰 멀리 떨어지지요.


- ‘본인에게도 고백 못한 말을 너 같은 놈한테 하겠냐.’ (16쪽)
- “뭘 하고 싶은 거야, 당신.” “나는 로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33쪽)


  뜻이 잘 맞는 사람이 함께 일할 적에 즐겁습니다. 뜻이 잘 안 맞는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면 아주 괴롭습니다. 나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기에 어느 일터에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나와 같은 일을 한다’지만 나와 다른 마음인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마음이기에 서로 서먹서먹하거나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다른 한쪽한테 자꾸 심부름을 시키거나 귀찮게 합니다. 다른 한쪽은 직책이나 계급이 낮아 어느 한쪽이 시키는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픈 일이요 들어가고픈 일터였는데, 그만두어야 할까요. 꿋꿋하게 참을까요. 나와 뜻이 안 맞는 사람이 이 일터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릴까요. 나와 뜻이 안 맞는 사람을 이 일터에서 내보낼 길을 찾아야 할까요. 아니면, 나도 너도 허물이 없이 어깨동무할 만한 길을 찾아나서야 할까요.

 


- “그 사람한테는 비밀이야. 난 약속을 하나도 못 지키고 있거든.”“약속?” “좀 이상한 사람이라, 집착이 없다고나 할까. 자기가 죽으면 이혼하라고 하질 않나, 유품은 다 버려 버리라고 하질 않나, 막무가내였어. 앞으로 나아가라고, 늘 그런 말만 했지.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갑자기 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리 없잖아.” (56∼57쪽)


  카와치 하루카 님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삼양출판사,2012) 첫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에는 세 사람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꽃집을 꾸리는 가시내이고, 다른 한 사람은 꽃집에 일하러 들어온 사내입니다. 또 한 사람은 꽃집지기와 한식구를 이루었으나 일찍 죽어 저승길에 갔다가 그만 꽃집에 ‘넋만 남아 머무는’ 사람입니다. 둘(가시내와 사내)은 몸과 마음이 있고 하나는 마음만 있습니다. 둘(사내와 사내)은 서로 알아볼 수 있고 하나는 ‘넋만 남아 머무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셋은 앞으로 어떤 삶이 될까요. 아니, 죽어서 넋만 남은 이한테는 ‘삶’이란 없으니 ‘어떤 죽음’이 이어질는지를 헤아려야 할까요. 아니, 셋한테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셋은 앞으로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일구는 하루를 맞이하고 싶을까요. 저마다 다르게 꿈꾸는 사랑을 셋은 저마다 어떻게 가꾸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싶을까요.


- “하즈키야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난 유부녀였잖아. 굳이 중고를 선택할 이점이 있어?” “그런 손익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인생이 좀 편할까요?” “편하겠지.” “그럼, 저랑 사귄다면 이점이 잔뜩 있을걸요.” “그럼이라니.” (83쪽)
- “감기 옮으면 어떡해.” “바라는 바죠.” “바보 아니니? 아, 그럼 난 감기 안 걸리겠네.” (156쪽)

 


  어버이인 나와 두 아이는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나와 옆지기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같은 보금자리에서 살아가지만,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삶을 일굽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목소리를 뽑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어버이인 나는 어버이인 나대로 내 목청을 돋우며 노래를 부릅니다. 두 아이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또 서로 다른 삶을 짓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며 즐길 만한 놀이를 찾습니다. 종이 한 장 똑같이 펼쳐도, 하나 둘 셋 넷 다 다른 그림이 태어납니다. 밥상 앞에 넷이 나란히 앉아도, 다들 먹는 손길과 매무새가 다릅니다. 마당에 서서 별바라기를 할 적에도 먼저 알아보는 별이 다를 테고, 별빛을 마주하는 마음이 다를 테지요.


  곰곰이 돌이켜보면, 우리 네 식구는 넷이 서로 다른 빛을 가슴속에 품으면서 어우러지게 아름다우면서 즐겁다 할 만합니다. 넷이 저마다 다른 무늬와 결로 삶을 짓기에 예쁘게 얼크러지는 하루가 태어난다 할 만합니다.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에 나오는 세 사람도 셋이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사랑’ 한 가지를 꿈꾸며 살아가기에, ‘세 가지 이야기’가 다 다른 빛으로 태어나겠지요. 그리고, 이 만화책을 읽을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며 저마다 다른 웃음과 기쁨을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4346.10.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