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골목에는 참깨꽃
도시인 인천에서 골목마실을 할 적에는 골목집과 골목길 잇닿는 시멘트 마감이 햇볕에 바래고 빗물에 삭아서 틈이 나곤 한 데에 뿌리를 내린 골목꽃을 흔히 만났습니다. 봉숭아도 자라고 맨드라미도 자라요. 언젠가 패튜니아가 인천 골목집과 골목길 사이 틈바구니 아주 조그마한 데에서 돋아나 꽃송이 활짝 벌린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시골인 고흥에서 살아가며 고샅꽃을 봅니다. 시골은 골목 아닌 고샅이요, 예전에 모두 흙길이던 데를 시멘트로 바르며 시골집과 고샅길 사이에 틈바구니 조그맣게 벌어집니다. 시골에서도 햇볕에 바래고 빗물에 삭으며 틈바구니 생기고, 이곳에서 온갖 풀씨가 날아들어 뿌리를 내립니다.
가을걷이로 한창 바쁜 요즈음, 집집마다 콩을 털고 깨를 텁니다. 콩알은 제법 굵다 할 테지만 깨알은 아주 작습니다. 깨알을 털면서 바닥에 넓게 자리를 깔지만, 자리를 벗어나 뒹구는 깨알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이 깨알은 바람을 타고 시멘트 시골 고샅길을 돌돌 구르다가 틈바구니 만나 기쁘게 깃들어 뿌리를 내립니다. 빗물이 스미고 햇살 한 조각 스밉니다. 시골마을 고샅 틈바구니에서 어느새 조그맣게 줄기가 오르고 자그맣게 꽃송이 벌어집니다.
시골 고샅에서는 참깨꽃입니다. 시골 고샅꽃은 참깨꽃입니다. 이 가을 지나고 겨울 지나 봄이 새로 찾아오면, 바로 이 틈에서 유채꽃도 피어나겠지요. 이때에는 유채꽃이 새삼스레 시골 고샅꽃 됩니다. 4346.10.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골목길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