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61] 씨앗과

 


  봄부터 가을까지 씨앗들 떨어져
  한겨울 추위를 흙과 가랑잎 사이에서
  다 같이 씩씩하게 맞아들이는구나.

 


  시골에서 살며 지켜보니, 모든 풀과 나무는 가을에 꽃을 마지막으로 피우고 씨를 맺어 흙에 떨구고는, 이 씨앗들이 흙 품에서 겨울을 나도록 해서 봄에 새싹이 돋게 하더라고요. 봄에 피어 여름에 지는 유채풀도, 늦겨울 막바지부터 피는 봄까지꽃이랑 코딱지나물꽃이랑 별꽃도, 여름이나 봄에 씨앗을 흙에 떨구고는 겨울 추위를 견디어야 비로소 새로운 봄에 꽃송이 흐드러집니다. 사람들은 봄이 와야 비로소 손으로 씨앗을 심지만, 여느 풀이나 나무는 모두 가을까지 씨앗을 떨구어 겨울나기를 시켜요. 가을이란, 참 아름다운 철이지 싶어요. 겨울이란, 참 멋스러운 철이지 싶어요. 어떤 씨앗이든 가을을 누리고 겨울을 나야 싱그럽게 푸른 잎사귀를 내놓을 수 있어요. 4346.10.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