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귀뚜라미
뒹굴면서 자느라 이불을 걷어차고 나한테 달라붙는 큰아이를 살그마니 떼면서 이불깃 여민다. 큰아이는 자다가도 쉬 마려우면 스스로 일어나서 오줌그릇에 앉는다. 작은아이는 자다가 쉬 마려우면 꾹 참고 아침까지 버티거나 자면서 바지에 쉬를 눈다. 그래서 큰아이 이불깃 여민 깊은 밤에 작은아이 귀에 대고 살며시 불러 본다. 작은아이가 뒤척이면서 하품을 한다든지, 모로 누으려 하거나 움직일 적에 “보라, 쉬?” 하고 묻는다. 그러면 작은아이가 이 말을 알아듣는다. 작은아이는 눈을 지긋이 감은 몸이지만, 아버지가 살며시 안아 들면 팔을 벌려 목을 안는다.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겨 대청마루 오줌그릇 앞으로 나오고, 오줌통을 들어 받치면 곧 졸졸 소리를 내며 쉬를 눈다. 쉬를 누이는 동안 온몸을 아버지 몸에 기댄다. 쉬를 다 누면 오줌통을 내려놓고 다시 작은아이를 안아서 자리에 눕힌다. 작은아이는 길게 하품을 하며 이불을 두 손으로 척 잡고는 깊이 잠든다. 지난밤 비바람이 사뭇 몰아쳐서 마루문 모두 꼭 닫았는데, 꼭 닫은 마루문 사이로도 귀뚜라미 노랫소리 스며든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숱한 풀벌레가 노래를 베푼다. 비바람 멎어 바람까지 조용한 밤에 여러 풀벌레가 노래를 하고, 사이사이 풀개구리 노래가 섞인다. 포근한 밤이다. 4346.10.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