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냄새·나무냄새·풀냄새 (도서관일기 2013.10.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곰팡이가 핀 책꽂이에 니스를 바르고 보름이 더 지난다. 이 책꽂이가 어떻게 되나 한참 지켜보았는데 다시 곰팡이가 오르지는 않는구나 싶다. 잘 되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니스를 발라서 말리고, 곰팡이가 핀 책꽂이는 책과 자료를 모두 들어내어 곰팡이를 닦고는 며칠 말린 뒤 다시 니스를 발라서 또 며칠을 말리고, 이렇게 하나하나 손질하고 니스를 바르고 닦고 말리고 하면서 달포쯤 지나면, 도서관 책꽂이 갈무리는 올해에 이럭저럭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책꽂이를 닦고 니스를 바르면, 책꽂이 하나 반쯤 겨우 닦고 니스를 바른다. 책꽂이 칸마다 꼼꼼히 발라야 하기에 일이 더디다. 니스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니 더 많이 닦거나 바르지 못한다. 아이들도 두 시간쯤 놀다 보면 배가 고프다고 아버지를 부른다.
나도 요 몇 해 사이에 비로소 깨달았는데, 아마 여느 사람들도 잘 모르리라. 책방 일 오래 한 분들 아니고는 잘 모르리라. 나무로 제대로 짠 책꽂이에는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합판으로 짠 책꽂이에는 곰팡이가 쉬 오른다. 나무로 탄탄히 짠 책꽂이는 휘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한 해 두 해 열 해 스무 해 지날수록 책꽂이 냄새가 고즈넉하게 감돈다. 합판으로 짠 책꽂이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조금도 안 난다. 오히려, 합성수지 냄새를 빼내야 하니 골이 아프다.
정갈하게 잘 빚은 책에서는 고운 책내음이 흐른다. 책내음이란 종이와 잉크가 섞인 냄새이다. 종이란 숲에서 자라던 나무이다. 곧, 책내음이란 나무내음이면서 숲내음이요, 햇볕을 받고 바람을 쐬며 빗물을 마시던 숨결이 사람들한테 새로운 빛으로 다가와 들려주는 이야기라 할 만하다.
책내음이 오래오래 알뜰살뜰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니스를 발랐다. 니스가 책한테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 느끼지만, 앞으로 돈을 넉넉히 벌어 도서관 건물을 사들이고 좋은 나무로 책꽂이를 모두 다시 짜는 날까지 아쉬운 대로 ‘합판 책꽂이’들이 책을 잘 보듬어 주기를 빌고 또 빈다. 작은아이가 도서관 드나드는 풀밭길을 처음에는 싫어하더니 이제는 잘 걷는다. 재미를 붙인 듯하다. 왜 여기 풀을 안 베느냐 묻는 분이 있지만, 아이들이 풀밭길 밟고 다니는 재미와 즐거움 누리도록 하고 싶어서 조금만 베고 더 안 벤다. 너무 웃자라면 조금 벨 뿐, 아이들 무릎만큼 자라는 풀은 그대로 두어도 한결 낫다. 시골에서도 농약냄새 없는 풀을 밟을 만한 땅이 너무 없어, 우리 도서관에서만큼은 아이들도 손님들도 이 풀밭길 밟으면서 도서관 드나들기를 바라기도 한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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