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3. 노을빛 2013.10.5.

 


  마을 뒤쪽에 멧자락 드리우니, 해가 멧봉우리 타고 넘어가는 모습만 볼 뿐, 해넘이를 보지는 못한다. 해가 뜰 적에도 마을 들판 저 앞자락에 있는 멧봉우리로 넘어오는 모습만 볼 뿐, 해돋이를 보지는 못한다. 태평양을 코앞에 낀 바닷마을이라면 바람이 모질게 부니까, 앞뒤로 멧자락에 포근히 감싸는 마을에 따사롭고 볕도 넉넉하달 수 있지만, 노을빛은 좀처럼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가을날 노을빛 멀리멀리 퍼진다. 마을 뒤쪽 멧봉우리 너머로 아리땁게 퍼지는 발그스름한 기운이 우리 집 마당으로도 스민다. 나도 아이들도 노을빛 받으며 마당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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