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을 읽는 마음

 


  풀잎이 빗물에 젖습니다. 나뭇잎도 나뭇줄기도 빗물에 젖습니다. 나무로 짠 평상도 빗물에 젖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뒹구르르 구르는 가랑잎도 빗물에 젖습니다. 모두 빗물에 젖습니다. 봄에는 상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빗물인데, 가을에는 어떤 느낌일까요. 살짝 추운 느낌일까요. 조금 서늘한 느낌일까요. 아, 이제 겨울이 코앞으로 닥치는구나 하는 느낌일까요.


  햇볕을 쬐는 풀잎은 반짝반짝 눈부신 풀빛입니다. 빗물을 받는 풀잎은 초롱초롱 맑고 밝은 풀빛입니다. 풀잎은 빗물을 받으며 목마름을 풀고, 가랑잎은 빗물을 받으며 천천히 흙으로 돌아갑니다. 4346.10.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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