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4] 가랑잎

 


  잎이 떨어집니다. 나무에 달릴 적에는 나뭇잎인데, 나무에서 톡 떨어져 땅바닥을 데구르르 구르거나 풀밭에 살포시 안기면 가랑잎입니다. 나무에 달린 잎사귀일 적에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도록 햇볕을 듬뿍 받아들입니다. 햇볕은 나뭇잎을 거쳐 나뭇줄기 골고루 따사로운 기운이 되어 퍼집니다. 나뭇잎은 바람을 받아들이고 바람과 노래하며 멧새들이 찾아오면 도란도란 속삭입니다. 나무에서 톡 떨어져 흙땅으로 내려간 뒤에는 흙이 새롭게 살찌기를 바라며 온몸을 맡깁니다. 한동안 울긋불긋한 빛잔치를 벌이면서 풀벌레와 어우러지던 조그마한 잎사귀는 어느새 빗물과 바람과 눈송이를 맞으면서 천천히 삭습니다. 가랑잎은 흙이 됩니다. 흙이 된 가랑잎은 나무뿌리 품에 안기어 나무가 더욱 튼튼히 이 땅을 붙잡고 서도록 밑힘이 되어 줍니다. 그러고는 어느새 새 잎사귀가 돋아 환하게 눈부신 푸른 나뭇잎 됩니다. 4346.10.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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