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58] 심심하다

 


  느긋하게 누리는 날에는 느긋한 밥,
  사랑스레 빛나는 날에는 사랑스러운 밥,
  즐겁게 웃는 날에는 즐겁게 나누는 밥.

 


  느긋하게 지낼 적에는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않은 보드라운 맛을 즐기지 싶어요. 느긋하게 지내지 못할 적에는 짜거나 달거나 맵거나 하면서 보드랍지 못한 맛에 휘둘리지 싶어요. 느긋하게 지낼 적에는 밥 한 그릇 느긋하게 차리지요. 사랑스레 빛나는 날에는 밥 한 그릇 사랑스레 차리지요. 삶에 따라 밥이 달라져요. 삶에 따라 말이 바뀌어요. 삶에 따라 낯빛과 말빛과 몸빛과 마음빛 모두 움직여요. 어찌 보면 ‘심심하다’ 할 만한 맛일 수 있는 느긋한 밥을 즐길 때에 삶도 밥도 마음도 가장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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