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면 돈 나오나

 


  ‘땅을 파면 돈이 나오느냐?’ 하는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혼자서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생각합니다. ‘네, 땅을 파면 돈이 나오네요.’ 시멘트길이나 아스팔트길은 팔 수도 없지만, 흙으로 되고 풀과 나무가 자라는 땅을 파면 돈이 나오네요. 상품가치나 화폐가치로 따지는 돈이 아닌, 삶을 밝히는 돈이 나오네요. 땅을 파서 콩을 심으면 식구들 즐거이 누릴 콩알이 나와요. 땅을 파서 풀뿌리를 캐면 맛난 먹을거리가 나와요. 땅을 파지 않고 풀을 뜯으면 한 끼니 소담스레 즐길 수 있어요.


  시골사람이 땅을 판들 도시사람이 누릴 물질문명을 사들일 돈은 안 되리라 느껴요. 그렇지만, 시골사람이 시골에서 살아가자면 늘 땅을 아끼고 살찌우고 파고 돌보고 사랑하면서 지내면 넉넉하리라 느껴요. 시골사람 하는 일이란 ‘땅파기’인걸요. 흙땅에서 들꽃을 만나고, 흙땅에서 풀벌레를 마주해요. 들바람을 쐬고 풀노래를 들어요. 그 어느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름다운 삶빛을 땅뙈기가 베풀어요. 나무그늘 싱그러운 시월이에요.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과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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