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62] 물고기사람

 


  여섯 살 큰아이와 그림을 그리며 놀던 어느 날, 큰아이가 불쑥 ‘물고기사람’을 그려서 가위로 오리며 놉니다. “물고기사람! 물고기사람!” 하고 노래하며 노는데, ‘물고기사람’이 도무지 무엇인지 알쏭달쏭하다고 생각하다가, “얘야, 그 (종이)인형 좀 줘 보렴.” 하고 말하며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하, 우리 어른들이 으레 말하는 ‘인어(人魚)’ 모양입니다. 아이가 어디에서 ‘인어’ 나오는 그림을 보았나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물고기에서 사람이 된’ 줄거리 보여주는 만화영화를 한동안 자주 보았습니다. 그 만화에서 물고기가 ‘웃몸만 사람이고 다리는 물고기’인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금붕어 머리가 꼭 사람 모양이고, 다른 곳은 모두 물고기 모습이었어요. 여섯 살 아이는 그 만화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된 물고기’를 여섯 살 아이 나름대로 ‘물고기사람’으로 새롭게 그려 종이인형으로 만들어 논 셈입니다. 표준말로는 ‘인어’요, 이 낱말은 앞으로도 오래 쓰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섯 살 아이가 불쑥 터뜨린 이름 ‘물고기사람’ 말느낌이 퍽 곱고 잘 어울린다고 느껴, 나는 앞으로 이 낱말을 즐겁게 쓰려 합니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