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꽃 생각
쑥꽃을 처음 안 때가 2010년이었지 싶다. 이때까지는 쑥꽃 곁을 지나면서도 쑥꽃인 줄 몰랐으리라 생각한다. 틀림없이 곁에 쑥꽃이 있었을 테고, 코앞에서 쳐다보았을 텐데, 쑥꽃이건 들꽃이건 풀꽃이건 아무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안 일어났으리라 느낀다.
누군가한테서 ‘쑥꽃’이라는 낱말을 듣고, 나 스스로 “쑥도 풀이니까, 틀림없이 꽃이 피겠지. 그러면 쑥꽃은 어떤 모양새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비로소 쑥꽃을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을 먹고도 좀처럼 쑥꽃을 못 보았다. 못 알아보기도 했고, 쑥꽃을 보려고 몇 군데 쑥풀 돋은 자리를 눈여겨보았으나, 시골사람 누구나 풀씨 번지는 일을 달가이 여기지 않았다. 쑥이고 무엇이고 모조리 베어 없애기 바빴다.
‘우리 보금자리 시골집’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쑥꽃을 본다. 우리 집에서 자라는 쑥풀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풀을 베건 뜯건 우리 몫이다. 풀을 먹건 놔두건 우리 삶이다. 우리 집 쑥은 싱그럽게 돋아나고, 씩씩하게 자라서, 곱게 꽃을 피운다.
사람들은 동백꽃이나 장미꽃쯤 되어야 쳐다볼 만한 꽃이라 여기고, 봄날 유채꽃이나 자운영꽃쯤 되어야 예쁜 꽃이라 여긴다. 여름날 찔레꽃이나 딸기꽃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며, 붓꽃이랑 창포꽃을 가릴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그런데, 모든 나무에는 꽃이 피고, 모든 풀에는 꽃이 달린다. 모든 나무와 풀은 씨앗을 맺어 새롭게 자라난다. 쑥꽃을 볼 적마다 오랜 나날 수없이 이어지며 푸른 숨결 베푼 이야기를 읽는다. 4346.9.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요 사진은
'쑥꽃 몽우리'입니다.
곧 터지려고 하는 모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