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0. 덩굴잎에 후박가랑잎 2013.9.17.

 


  돌울타리 타고 자라는 덩굴풀이 시멘트마당으로 죽 뻗는다. 이 녀석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대로 두기로 한다. 시멘트빛을 가리며 풀빛을 드리우니 보기에도 즐겁고, 아이들이 놀다가 이쪽에 넘어져도 시멘트바닥에 무릎이 까질 일 없어 퍽 괜찮다. 날마다 이 둘레를 지나다니며 풀빛이 싱그럽고 풀내음이 맑다고 생각하다가 새벽이슬 촉촉히 내려앉은 밤빛 가랑잎을 본다. 아침저녁으로 마당 한켠에서 돌나물 뜯을 적에 후박나무 가랑잎을 걷으며 뜯곤 하는데, 시멘트마당 바닥을 채우는 덩굴풀에 덩그러니 떨어져 밤을 새고는 새벽이슬 싱싱하게 내려앉은 후박가랑잎을 바라보니 새삼스럽다. 가을빛이니? 삶빛이니? 나무빛이니? 잎빛이니? 사랑빛이니? 꿈빛이니? 이슬빛이니? 보금자리빛이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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