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살다
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들에서 삽니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은 바다에서 삽니다. 숲에서 일하는 사람은 숲에서 삽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장에서 삽니다. 운동경기를 하는 운동선수는 운동장에서 삽니다.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방에서 삽니다. 들에서 일하는 사람이 들바람을 쐬듯,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방바람을 마십니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닷노래를 부르듯,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방노래를 부릅니다.
숲에서 일하는 숲지기는 숲내음을 맡아요. 책방에서 일하는 책방지기는 책방내음과 책내음을 맡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공장지기는 어떤 내음을 맡을까요.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운동선수는 어떤 내음을 맡을까요.
들내음과 바닷내음은 들지기와 바다지기 삶을 어떻게 북돋울까 헤아려 봅니다. 책방지기가 맡는 책내음과 책방내음은 책방지기 삶을 어떻게 살찌울까 생각해 봅니다. 책방지기 스스로 아름다운 하루 일구면, 책방마실 누리는 책손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책에서 길어올리겠지요. 책방지기 스스로 즐거운 삶 가꾸면, 책방마실 즐기는 책손 또한 삶빛 고이 밝히는 책빛을 실컷 맞아들이겠지요.
커다란 책방에서도 조그마한 책방에서도 책내음이 흐르고, 책노래가 감돌며, 책사랑이 퍼집니다. 책빛은 삶빛이면서 사랑빛입니다. 책노래는 삶노래이면서 사랑노래입니다.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 하나 손에 쥔 우리들은 책밥·삶밥·사랑밥을 먹습니다. 4346.9.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