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찾는 손길

 


  책을 찾는다. 내 마음을 톡 건드리는 이야기 깃든 책을 찾는다. 책을 찾는다. 내 마음에 따사로운 사랑 피어나도록 이끌 책을 찾는다. 책을 찾는다. 내 마음에 고운 꿈 자라도록 북돋울 책을 찾는다.

  손으로 쥐어 눈으로 훑는 책은 머리를 거쳐 마음으로 가 닿는다. 손에 들어 눈으로 살피는 책은 머리에서 생각하고 마음에서 사랑하면서 스며든다. 책은 이야기이면서 사랑이다. 책은 삶이면서 꿈이다.


  이야기를 읽으려고 찾는 책이란, 사랑을 누리려고 읽는 이야기가 된다. 삶을 읽으려고 찾는 책이란, 꿈을 이루려고 읽는 마음이 된다.


  책 하나 가만히 들춘다. 책시렁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책탑을 곰곰이 들여다본다. 머리말을 읽고 차례를 돌아보며 몸글을 하나둘 넘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어떤 삶을 어떤 마음이 되어 어떤 빛으로 갈무리했을까. 이 책을 엮은 사람은 어떤 삶을 어떤 눈길이 되어 어떤 손길로 가다듬었을까.


  밥을 먹는다. 맛난 밥을 먹는다. 내 몸을 살찌우는 밥을 먹는다.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이 되기까지 어느 흙일꾼이 어느 시골자락에서 어떤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이 곡식에 깃들도록 했을까. 마당에서 풀을 뜯는다. 내가 먹는 풀 한 포기는 그동안 어떤 햇볕과 빗물과 바람을 이곳에서 머금으며 자랐을까. 살아온 자취가 밥알 하나마다 숨쉰다. 살아온 결이 풀포기 하나마다 싱그럽다.


  책이 된 글은 어떤 삶에서 태어났을까. 책이 된 삶은 어떤 글로 피어날까. 책이 된 글은 어떤 사랑에서 샘솟았을까. 책이 된 삶은 어떤 글로 자라날까. 즐겁게 읽을 책 한 권 찾는 동안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을 찾는 손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