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시골집에 돌아오다. 아침 여덟 시에 강남고속버스역에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5분 늦어서 놓치고, 아홉 시 반에 고흥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자리가 없어 못 탔다. 여덟 시 반에 순천으로 달리는 시외버스를 탔고, 순천에서 삼십 분을 기다려 고흥 들어오는 시외버스로 갈아탔다. 고흥 읍내에서 감알과 무화과를 장만한 뒤 군내버스를 한 시간 기다려 탄다. 군내버스 슬슬 이십 분 달려 동백마을에 선다. 마을 할배들 한가위 앞두고 고샅길 풀을 모조리 베셨다. 우리 집 대문 앞 고들빼기꽃이랑 까마중꽃까지 남기지 않고 베셨다. 기계로 한두 번 슥슥 밀면 이것도 저것도 곧바로 사라진다. 대문 앞 까마중꽃 지면서 검푸르게 익던 까마중알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우리 집 마당 둘레에 까마중 잔뜩 있으니 괜찮다. 시골집에 닿아 아이들과 인사하고 아이들 선물을 내려놓는다. 서울마실 하며 시골물 4리터 챙겼으나 어제 다 마셨고, 시골집에 닿아 하루 동안 목이 타게 바라던 시골물 실컷 들이켠다. 시원하다. 보드랍다. 따사롭고 달콤하다. 시골바람 마시며 시골볕 누린다. 4346.9.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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