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책꽂이에 니스 바르기 (도서관일기 2013.9.1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옻칠은 여러모로 아주 좋다고 한다. 아마 옛날 사람들은 누구나 집 둘레에 옻나무 몇 그루 돌보았으리라 느낀다. 우리 뒷집에도 큰 옻나무 한 그루 있다. 그 큰 옻나무가 잘 자라고 꽃 피워 씨 맺은 뒤 울타리 너머 우리 집 뒤꼍에 어린나무 자라도록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서관에 있는 ‘합판 책꽂이’에 곰팡이가 참으로 잘 핀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인 끝에 니스를 바르기로 한다. ‘천연 옻칠 재료’도 1리터들이 한 통 장만한다. 옻을 바르는 1리터들이 한 통은 44000원이다. 면소재지 철물점에 자전거 타고 나가서 장만한 니스 1리터들이 한 통은 7000원이다. 먼저 니스 한 통을 발라 보기로 한다. 곰팡이가 핀 책꽂이를 말끔하게 닦아 말린 다음 바르자면 얼마나 드는가 어림해 보려 한다.


  가위로 니스 통을 딴다. 냄새가 확 오르며 어지럽다. 어릴 적 집에서 마룻바닥 바르려고 붓에 니스를 척 묻혀서 신나게 문지르던 일을 떠올린다. 그때에도 이렇게 어지러웠다. 니스를 다 바르고 신나를 통에 조금 풀어 붓을 헹굴 적에도 참 어지러웠다. 니스를 바깥에서 발라야 하는 까닭을 새삼스레 느낀다. 책꽂이를 창가에 세워서 바르는데 골이 띵하다. 말벌 한 마리 갑자기 나타나는데, 말벌도 니스 냄새에 해롱거리는 듯하다. 모기가 달라붙으려 하다가도 모두 떨어진다. 니스 냄새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빈틈이 없이 모두 덮어야 하는 만큼 넉넉히 바르고 두 겹 세 겹 덧바른다. 앞쪽을 바를 때에는 그리 많이 안 들지만, 뒷판을 바르며 무척 많이 든다. 뒷판에 곰팡이가 아주 잘 필 뿐 아니라, 뒷판에 피는 곰팡이는 잘 안 벗겨지니 뒷판에 니스를 더 두툼하게 바른다. 1리터들이 한 통으로는 책꽂이 하나를 바르기에 넉넉하다. 남은 니스로는 책꽂이를 1/3쯤 더 바를 수 있다.


  ‘합판 책꽂이’가 쉰 개쯤 되니, 니스로만 바르면 삼십만 원이 조금 더 들겠다. ‘합판 책꽂이’를 옻으로 바르자면 백오십만 원쯤 들까. 옻으로 ‘합판 책꽂이’를 바르자니, 배보다 배꼽이 너무 크다. 백오십만 원이라면 아주 좋은 나무를 사서 책꽂이를 손수 짤 때에 훨씬 낫다. 아무래도 ‘합판 책꽂이’는 니스를 사서 듬뿍 발라 곰팡이가 더 오르지 않도록 해야겠구나 싶다.


  그런데 아직 모른다. 니스를 두툼하게 바르기는 했어도 곰팡이가 또 오를는지 안 오를는지 모른다. 두고볼 노릇인데, 니스를 아예 한 겹 더 바를까? 그러나, 이렇게 하자면 또 니스 값으로도 육십만 원 즈음 돈을 들여야 한다. 육십만 원 돈을 헤아리면 ‘문닫는 책방에서 나올 좋은 나무책꽂이’를 헌것으로 사는 값이랑 맞먹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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