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읽는 마음

 


  예전에 바다였던, 아니 예전에 바닷물 드나드는 뻘밭이던 곳을 자전거로 달립니다. 뻘밭을 흙으로 덮어 논으로 바꾸었고, 논으로 바꾼 드넓은 들 사이사이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깐 둑길이 있습니다. 자전거는 시멘트 둑길과 아스팔트 둑길을 달립니다. 한참 너른 들을 달리고 보니 예전에 뭍이던 곳하고 퍽 멀리 떨어집니다. 몇 킬로미터쯤 떨어졌을까, 퍽 멀리 떨어지기는 했는데, 이렇게 깊이 들어오면 돌아가는 길이 좀 힘들기는 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자꾸 달립니다.


  두 시간 즈음 간척지 너른 들을 자전거로 이리저리 달리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저 멀리 보이는 멧등성이를 바라봅니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아니 이제는 들이니까, 간척지 너른 들에서 저 먼 멧등성이 바라보며 높직하게 열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 고개를 들어 빙 둘러봅니다. 이리로도 저리로도 막힌 데가 없습니다. 이 깊은 들 안쪽까지 걸어서 들일 하러 올 사람은 없겠지요. 모두 경운기나 짐차나 오토바이를 몰고 들일 하러 오겠지요. 봄에 모를 심고 가을에 나락을 벨 적에 기계를 쓰고, 기계에 실어 나르겠지요.


  가을볕은 들판을 보듬습니다. 가을바람은 나락을 쓰다듬습니다. 가을내음은 바다까지 퍼집니다. 저 먼 바다에서는 바닷내음과 바닷노래가 바람에 실려 들판으로 밀려듭니다. 들빛은 바다빛으로 물들고, 바다빛은 들빛으로 젖습니다. 하늘은 들과 바다를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맑은 숨결을 내어줍니다. 고즈넉한 들길에 서서 구름과 인사를 나눕니다. 4346.9.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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