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꽃비녀

 


  옆지기가 미국 람타학교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네 식구 처음으로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읍내 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가방을 내려놓고 쉬는 바로 앞으로 하얀 옷 차려입은 할머니가 힘들게 앉으신다. 하얀 옷 할머니는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 아주 듬성듬성하다. 그러나, 숯이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을 묶어 비녀를 꽂았다. 비녀에는 꽃무늬 하나 앙증맞게 깃든다.


  어느 시골마을에서나 ‘아줌마 파마’라 하는 ‘보글보글 머리’를 한 할매만 많은데, 꽃무늬 깃든 은비녀 꽂으며 지내는 할매를 아주 오랜만에 만난다. 꽃비녀 할머니, 앞으로도 가끔 읍내마실 누리시면서 아름다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즐겁게 마주하시기를 빌어요. 4346.9.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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