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58] 짐돌이

 


  아이들 데리고 읍내로 갑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저잣거리 마실을 갑니다. 두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이기에 커다란 가방을 짊어집니다. 우리 식구 먹을거리를 장만하러 가는 길입니다. 마실길에 작은아이가 잠들거나 힘들다 하면 안아야 하니, 천바구니를 챙기기는 하지만, 되도록 등에 짊어지는 큰 가방에 모든 짐을 넣으려 합니다. 무 한 뿌리 감자 한 꾸러미 양파 한 꾸러미 곤약 넷 누른보리 한 봉지 누런쌀 한 봉지 당근 몇 뿌리 가지 몇 달걀 조금 유채기름 한 병 능금 한 꾸러미, 이렁저렁 가방에 넣습니다. 육십 리터들이 큰 가방이 꽉 찹니다. 가방 주머니에는 아이들 먹일 물병이 하나. 짐을 다 넣은 큰 가방을 질끈 메면 가방이 움직이는 결에 따라 몸이 흔들흔들합니다. 큰아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걷고,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 혼자 걸으려 하다가는 아버지 손을 잡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들 자라는 동안 내 가방에는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가 가득했습니다. 자전거나 버스나 기차를 타며 마실을 다니니, 언제나 가방에 이것저것 꾸려 짐꾼이 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열 살 남짓 되면 아이들 스스로 저희 옷가지쯤 챙기겠지요. 그때까지 아버지는 짐꾼이면서 짐돌이로 살아갑니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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