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24] 풀춤과 풀노래
― 무얼 하면서 놀까

 


  아이들과 살아오며 이 아이들과 무얼 하면서 놀면 즐거울까 하고 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을 가만히 비우고 빙그레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면, 서로 즐겁게 놀 여러 가지가 어느새 떠올라요. 미리 생각해야 하지 않아요. 따로 찾아 놓아야 하지 않아요. 자전거를 타든, 두 다리로 걷든, 군내버스를 타든, 대청마루에 앉아 빗줄기를 즐기든, 그때그때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놀이가 됩니다. 숲 사이를 걸으면 숲놀이가 됩니다. 바닷물을 밟으며 뛰면 바다놀이가 됩니다. 들 한복판에 자전거를 세우고 걸으면 들놀이가 됩니다. 마당에서 꼬리잡기를 하면 마당놀이가 됩니다. 밥을 먹다가 아그작아그작 소리를 내며 까르르 웃으면 밥놀이가 됩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모든 삶은 일이면서 놀이로구나 싶습니다. 모든 움직임은 일이요 놀이입니다. 아이를 안아도 일이 되면서 놀이가 됩니다. 아이 머리를 빗으로 빗겨 고무줄로 묶을 적에도 일이 되지만 놀이가 되어요. 아이 앞에 공책을 펼치고 한글을 또박또박 적어 보여준 뒤 따라서 적으라 할 적에도 일이면서 놀이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차리는 밥이란 일이자 놀이입니다. 설거지 또한 일이자 놀이입니다. 빨래도 걸레질도 모두모두 일이 되고 놀이가 돼요.


  풀밭 앞에 선 큰아이가 문득 빙그르르 돕니다. 제자리돌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풀밭에서 추는 춤이나 풀밭 언저리에서 부르는 노래를 아이한테 가르친 적 없습니다. 큰아이는 제 마음결에서 샘솟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입을 달싹입니다. 스스럼없이 춤이 나오고, 거리낌없이 노래가 흘러요.


  무얼 하면서 놀아야 할는지 걱정하지 않습니다. 온 삶이 온통 놀이가 되는걸요. 무얼 하면서 일해야 할는지 근심하지 않습니다. 온 하루가 오롯이 일이 되어요.


  아이들은 언제나 놀면서 어버이 일을 지켜봅니다. 어른들은 늘 일하면서 아이들 놀이를 바라봅니다. 서로 마주하면서 서로 보여줍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 어깨동무합니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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