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재웠수
언제였는 지 잘 안 떠오르는데, 〈아이는 재웠수〉였나, 이 비슷한 이름으로 된 영화였는지 무언가 있었다. 참 재미있는 말이로구나 싶어, 동무들하고 낄낄거리며 이 말마디를 흉내내곤 했는데, 이 말마디가 그 뒤로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았다.
왜 남았을까. 왜 이 말마디가 내 마음속에 남았을까. 깊은 밤에 두 아이를 재우면서 새삼스레 생각한다. 자장자장 고운 노래 부르면서 생각한다. 그래, “아이는 재웠수?”로다. 여보시오, 아버지가 아이를 재웠수, 어머니가 아이를 재웠수? 할머니가 아이를 재웠수, 할아버지가 아이를 재웠수? 누가 집에서 아이들을 재웠수? 누가 하루 내내 아이들과 놀았수? 누가 아이들을 먹였수? 누가 아이들을 가르쳤수? 누가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녔수?
아이는 재웠수? 빨래는 했수? 청소는 했수? 장은 봐 왔수? 밭에 풀은 뽑았수? 겨울에 먹을 무는 심었수? 했수, 안 했수?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인가. 누가 누구한테 할 말인가. 나 스스로 나한테 “했수, 안 했수?” 하고 물으면서 두 아이 이마를 살살 쓰다듬는다.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