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집 새소리
두 아이를 데리고 전남 고흥을 떠나 경기 일산으로 온다. 아이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지내는 경기 일산 구산동은 논밭이 가득 펼쳐졌다. 일산이지만 ‘오늘날 일산’이라 하기 힘든 시골 모습이 드리우는 곳인데, 요즈음 전남 고흥에서 듣기 힘들어진 새소리를 외려 이곳 일산 구산동 논밭 둘레에서 듣는다.
왜 고흥 시골보다 일산 논밭에서 새소리를 더 많이 들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 요즈음 고흥은 가을걷이를 앞두고 온통 농약투성이요 농약잔치이다. 이와 달리 일산 논밭은 고흥처럼 농약투성이나 농약잔치는 아니다. 그리고, 고흥 시골은 쉬는 땅이 없을 만큼 골골샅샅 무언가를 심어서 기르는데, 일산 논밭 둘레에는 ‘개발을 기다리는 빈터’가 제법 있다. 이러니, 어쩌면 큰도시 둘레 조그마한 풀숲에서 조그마한 들새나 멧새가 살아갈 둥지를 건사하기 한결 나을 수 있다고 할까.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빛과 시골소리 잊는 이웃들이, 다시금 시골빛과 시골소리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보듬을 수 있는 앞날을 기다린다. 4346.8.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