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 따먹은 자리

 


  까마중을 따면 꼭지에 하얀 자국이 남는다. 조그맣게 까만 까마중알과 푸른 빛깔 까마중풀 줄기를 잇는 자리는 하얗다. 감을 따거나 능금을 딸 적에, 매실을 따거나 무화과를 딸 적에, 포도를 따거나 대추를 딸 적에, 꼭지에 저마다 다른 빛과 무늬를 남긴다.


  풀잎을 뜯을 때 가만히 살피면, 풀잎과 줄기를 잇는 자리에 하얀 풀물이 흐른다. 애기똥풀처럼 노란 풀물이 흐르는 풀이 있고, 피나물처럼 빨간 풀물이 흐르는 풀이 있는데, 여느 풀은 으레 하얀 풀물이 흐른다.


  저 하얀 풀물은 풀포기가 살아가는 밑힘일 테지. 하얀 물이 흐르며 푸른 풀로 자라고, 하얀 물이 감돌며 푸른 숨결이 퍼진다. 사람들 몸속을 흐르는 피는 빨갛지만, 사람들 마음을 이루는 바탕은 하얗지 않을까 싶다. 푸른 바람을 마시고 맑은 물을 마시는 사람들 마음이란 무지개빛이 되지 않을까 싶다. 4346.8.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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