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미국 공부와 카드값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옆지기가 드디어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옆지기가 돌아올 날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날마다 숱하게 “어머니 보고 싶어!”를 왼다. 그래, 너희 어머니 곧 오시는 줄 느끼지?
그런데 너희는 너희 어머니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삯을 너희 아버지가 버느라 허리가 얼마나 휘는지 하나도 모를 테지. 너희 어머니도 너희 아버지 허리 휘는 줄 잘 모르리라 느껴. 그러나, 한 해가 흐르고 또 새 한 해가 흐르고 보면, 올해에 느끼는 이 고단함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생각한다.
달마다 카드값이 밀리면서도 달마다 어찌저찌 마감을 하고는 그 다음에 찾아오는 카드값에 허덕이며 보냈다. 이제 옆지기가 한국으로 오면 이런 카드값 마감과 재촉전화에는 시달리지 않갰지. 오늘 온 재촉전화는 다음주로 미루었다. 다음주에는 어떤 말로 미루면 될까.
형이 사 준 사진기가 집에 왔다. 아이들과 마실을 다녀오고 나니, 섬돌에 택배상자가 있더라. 내가 쓰던 사진기는 일찌감치 목숨을 다해 더는 쓸 수 없었고, 형이 쓰던 사진기를 나한테 물려주었는데, 이 사진기도 목숨을 다했다. 형은 형 사진기를 나한테 물려주었을 뿐 아니라, 새로 사진기 하나를 사 주기까지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전화나 쪽글을 보내려다가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아직 전화도 못 하고 쪽글도 못 보낸다. 아이들 낮잠을 재우면, 또는 아이들 저녁잠을 재우면, 그때 비로소 고맙다는 인사를 할 만하려나.
오늘 비가 올 듯해서, 큰아이 새 치마 열 벌을 빨래하고는 해바라기 조금만 하고 방으로 들였다. 우리 집 풀벌레 기운차레 노래하고, 늦여름 막바지 무더위 후끈후끈하다. 요즈음은 모시꽃과 고들빼기꽃 보는 재미로 하루를 누린다. 조금 앞서 큰아이가 고들빼기꽃 두 송이 꺾고는 “이야, 민들레꽃이네!” 하고 말하기에, “얘야, 그 아이는 민들레 아닌 고들빼기야, 고들빼기꽃이야.” 하고 일러 주었다. 아이들이 덥다며, 집안에서 놀다가 마당으로 맨발로 내려가서 뛰다가 평상에 드러눕다가 대문 열고 고샅을 누비면서 논다. 얘들아, 너희 졸립다며?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