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온 빨래

 


  미국에서 석 달 즈음 공부하는 옆지기가 한국으로 커다란 상자를 보낸다. 곧 한국으로 돌아오니, 무거운 짐을 부쳤나 하고 열어 본다. 아이들한테 줄 선물이 가득 들었다. 그렇구나. 아이들 선물이로구나. 큰아이 입을 치마가 열 벌쯤 있다. 새 치마일까 헌 치마일까. 아무튼, 산 옷이든 얻은 옷이든 모두 한 차례 빨래하고 해바라기를 시키며 바람을 쏘이고 나서 입힐 수 있다.


  마침 아이들 씻기고 옷 갈아입힌 뒤 빨래를 한 차례 했는데, 새 빨래거리 생겼다. 낮에 비가 올 듯한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내처 비누를 묻히고 복복 비빈다. 여러 날 비올는지 모르니, 해가 조금이라도 비출 때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키면서 바람을 쏘여야 오늘 저녁부터 한 벌씩 입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섯 살 큰아이 치마이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열 벌 즈음 손빨래를 하자니 팔뚝이 저린다. 등허리가 쑤신다. 그러나 이렇게 후딱 끝내고 마당에 널 수 있으니 상큼하다. 햇볕이 따사롭고 바람이 시원하다. 곧 마르겠네. 얇은 천으로 된 치마 한 벌쯤은 이따 마실을 가는 길에 입힐 수 있으리라 본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