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꽃 책읽기
모시꽃 한창 피어나는 늦여름 아침에 풀을 뜯는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아침을 생각한다. 아이들과 즐겁게 누릴 숨결을 떠올린다. 풀을 뜯고 까마중 열매를 따다가 모시꽃을 한참 들여다본다. 아직 터지지 않은 조그마한 봉오리가 있고, 활짝 터진 봉오리가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시꽃은 어떤 모습이 될까. 이 모시꽃을 꽃인 줄 알아보며 가까이 다가서서 살며시 들여다보고는 가만히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이제 모시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으려는 사람 거의 없어, 모시풀은 시골마을에서 ‘징그러운 잡풀’로 여겨 모조리 베어 없애거나 씨를 말려야 할까. 갑작스레 유행처럼 퍼진 모시떡을 빚을 때에 쓸 테니, 조금은 남기면 될까.
샛노랗게 빛나는 모시꽃은 아주 조그맣다. 옅푸르게 빛나는 느티꽃이 떠오를 만큼 작으면서 맑게 빛난다. 솜털처럼 가볍고, 이른봄 구름처럼 해사하다. 늦여름에 샛노란 꽃무리 베푸는 모시풀은 먼먼 옛날부터 우리 겨레한테 어떤 이웃이었을까.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