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20. 2013.8.26.
달걀을 삶을 적에 넉 알 삶는다. 옆지기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난 지 석 달 가까이 되니, 굳이 넉 알 안 삶아도 되지만, 버릇처럼 늘 넉 알을 삶는다. 그러면 밥을 먹으며 한 알 남는다. 남는 한 알은 저녁에 먹거나 이듬날 아침에 먹는다. 이때에 반씩 갈라 큰아이와 작은아이한테 주곤 한다. 그런데 큰아이가 가끔 “나 달걀 안 먹을래.” 하고 말하며 아버지 먹으라고 준다. 큰아이가 달걀을 무척 좋아하면서 “안 먹을래.” 하고 아버지한테 넘기면 마음이 알쏭달쏭하다. 참말 배가 불렀을까. 아버지한테 넘겨주려는 뜻일까. 국수를 삶으며 메밀국수와 하얀 사리면을 섞는다. 다른 빛깔 두 가지 섞이도록 삶는다. 조금 더 예쁜 빛 되라고 섞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다. 부디 맛나게 먹고 튼튼하게 자라며 씩씩하게 놀기를 바랄 뿐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