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떠올리는 마음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우체국에 들렀다가 골짜기로 놀러갑니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새근새근 잡니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가만히 앉아서 잘 따라옵니다. 멧길을 오르다가 힘에 부쳐 자전거에서 내려 낑낑 소리를 내면서 끌어당기면, 큰아이는 으레 “나 내릴래.” 하고는 내려서 걷는데, 오늘 따라 내려오지 않고 조용히 앉았습니다. 그래, 네가 힘든가 보구나, 그러면 그대로 앉으렴, 속으로 생각하며 다른 날보다 땀을 더 흘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납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오르막길 훅훅 숨을 몰아쉬면서 다 오르면, 우리 식구들 놀러오는 골짜기.


  골짜기에서 신나게 놀고 샛밥을 먹입니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올라올 때에는 한참 낑낑거리던 길을 한달음에 싱 하니 내려옵니다. 아이들은 샛자전거와 수레에서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합니다.


  이웃마을 어귀까지 내려올 무렵, 오늘은 저녁밥으로 무엇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아차, 아까 아침을 먹고서 설거지만 마치고 저녁밥 지을 쌀을 미리 불리지 않았다고 떠올립니다. 흰쌀 없이 누런쌀 먹는 밥차림이니 미리 불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바로바로 쌀을 불려야 하는데 이렇게 잊었네. 뒤늦게 뉘우친들 하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샛밥 먹었으니 아이들이 배고프다 하지 않을 테고, 집에 닿으면 막바로 쌀부터 불리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 좀 놀리고, 이럭저럭 있다가 물을 여느 때보다 많이 붓고 아주 여린 불로 더 천천히 밥을 지으면 되겠지요. 4346.8.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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