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삼덩굴에 앉은 나비

 


  우리 집 둘레에는 환삼덩굴이 거의 안 난다. 우리 집 둘레에도 환삼덩굴이 나면 끼니마다 조금씩 뜯어서 즐겁게 먹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풀이 흐드러지니까 다른 풀을 먹는다.


  안동으로 마실을 갔다가, 이곳에서 무더기로 자라는 환삼덩굴을 본다. 온통 환삼덩굴밭이다. 환삼덩굴밭 사이사이 고들빼기를 본다. 고들빼기 사이사이 ‘내가 아직 이름을 모를뿐인 풀’을 본다. 이름을 아직 모르는 풀은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생김새를 눈으로 익힌다. 살며시 쥐어 살갗으로 느껴 본다. 잎사귀 하나 톡 뜯으며 냄새를 맡는다. 그러고는 입에 넣고 살살 씹는다. 어떤 풀내음이 혀를 간질이는지 헤아린다.


  이 풀에서 이 맛을 보고 저 풀에서 저 맛을 보다가, 문득 나비 한 마리 만난다. 환삼덩굴 잎사귀에 앉은 나비이다. 예쁘네. 너는 다리를 쉬려고 앉았니. 덩굴 잎사귀 둘레에는 네 먹이가 없을 텐데.


  느긋하게 쉬다가 가렴. 네가 가면 나는 잎사귀를 조금 더 뜯어서 저녁으로 삼을게. 4346.8.2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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