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듣는 마음

 


  졸린 아이들을 재울 무렵, 아버지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 오줌그릇 비우고, 설거지 마무리지은 뒤, 냄비에 남은 국이나 밥이 있는가를 살피며, 마당에 넌 빨래 다 걷었는지 돌아봅니다. 부엌과 방과 마루를 한 번 슥 둘러보면서 ‘이제 다 되었네’ 싶으면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적에도 아이들 베개와 이불을 살피고, 이것저것 더 건사한 뒤에, 부채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두 아이한테 찬찬히 부쳐 주면서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오늘과 어제와 그제 저녁,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릅니다. 집살림 마무리짓고 잠자리에 들기 앞서, “아버지 빨리 와요. 아버지 같이 누워요.” 하고 부릅니다. 그래, 너희 곁에 곧 갈게. 그런데 아버지는 이모저모 집살림을 다 건사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가지. 그동안 너희끼리 놀든지 먼저 잠들든지 하렴.


  아이들끼리 먼저 잠드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함께 눕거나 곁에 있으면서 자장노래 불러 주기를 바라요. 이리하여, 나는 큰아이 이야기대로 얼른 집일을 마무리짓습니다. 아이들 곁에 누워 조곤조곤 자장노래 부르면서 다 함께 즐겁게 잠들며 새롭게 꿈나라에서 놀다가 이튿날 씩씩하게 일어나자고 생각합니다. 4346.8.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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