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만지는 손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날마다 아이들 똥을 만진다. 큰아이가 태어난 2008년 8월 16일부터 아이들 똥과 오줌을 날마다 수없이 만지고 또 만지면서 살아온다. 어느덧 큰아이 새로운 생일을 코앞에 두면서, 오늘도 아침부터 작은아이 똥을 만지고 똥바지를 빨래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 똥과 오줌을 만지면서, 아이들이 먹은 밥이 아이들 몸에서 어떻게 삭혀진 뒤 나오는지를 알아본다. 아이들 똥내음 맡으면서 아이들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헤아린다. 아이들 오줌내음을 맡으며 아이들이 물을 잘 마시면서 놀았는가 곱씹는다.


  아이들 똥은 냄새가 고약한가? 어른들 똥은 냄새가 구린가? 아이들을 낳아 돌보기 앞서도 똥내음이 나쁘다고 느낀 적이 없다. 흙에서 난 먹을거리를 몸에서 받아들이고 나서 흙을 다시 살리는 똥이 나오니, 이 똥이 구리거나 고약할 까닭이 없다고 느꼈다.


  그나저나, 작은아이야, 너는 네 살이 될 때까지 똥누기는 안 가릴 셈이니? 아버지는 너희 똥을 만지며 사는 사람이기는 하다만, 너도 똥은 이제 가려야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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