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치마 빨래
바깥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올 줄 몰랐기에, 큰아이 속옷과 겉옷을 안 챙겼기에, 새 치마 한 벌을 장만한다. 사고 나서 ‘한 치수 더 큰 옷’으로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순천까지 가서 바꿀 수 없으니 그냥 입혀야지. 이듬해 일곱 살까지 저 새 꽃치마 입힐 수 있을까. 어깻자락이 가늘지 않아 바닷물이나 냇물에서 온몸 적시며 놀아도 어깨끈 끊어질 걱정이 없고, 허리춤 고무줄이 너무 조이지 않으니 퍽 시원스러우며, 꽃무늬 보드라운 빛으로 어우러진 치마를 빨아 마당에 널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본다.
이듬해 일곱 살 될 적에는 빠듯하게 입을 테고, 여덟 살이 되면 도무지 못 입겠지. 그래, 그때에는 또 새롭게 어여쁜 치마가 나와 큰아이 입힐 만하리라. 어쩌면 재봉틀을 마련해서 큰아이 치마 실컷 지어서 입힐 수 있을는지 모를 노릇이고. 4346.8.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